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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June 29, 2011

동강 물길 따라

동강 물길 따라

마음 허허로운 날에는 영월 동강에 가보시지요.
바람에 날려 온 솔씨 하나,
장성산 잣봉에 터를 잡고, 낙락장송의 기상으로
어라연계곡 도도히 흐르는 강물 굽어보기까지
모진 풍상 견디었을 세월 앞에 절로 고개 숙여지던
영월 동강에 가보시지요.

가파른 세상, 마음 붙일 곳 없는 날에는
곡절 많은 인생길처럼, 산 굽이굽이 휘돌아 흐르고
구름도 누굴 기다리는지 백운산 자락에 서성이는
동강 물길 따라 걸어보시지요.
세상길 찾아, 어미 품 떠나는 두려움인지,
다시 올 수 없는 길,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인지
뱃길 끊긴 나루터 지날 때에는 강물도 흐느끼던
동강 150리, 물길 따라 걸어보시지요.

사람은 가고 없는데, 남긴 이름도 없는데
옛 맹세 홀로 지키고 있는 돌탑 앞에서는
격정의 물길도 이내 유순해지고
하늘 마주보며 흐르는 여린 물길에
생의 고비길 같은 여울목 지날 때마다 쌓여가는 한,
낮고 낮은 곳으로 몸을 낮출수록, 삭여낸 물빛 검푸르던
영월 동강에 가보시지요, 마음 허허로운 날에는.

- 미오새님, '동강 물길 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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